역사의 상흔과 가족의 사랑을 엮어낸 대작으로 선 굵은 서사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한모금 청량음료 같은 해갈을 선사한다. 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만을 현재적 배경으로 다루지만, 장례식장에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웅장한 스케일과 함께 손을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을 동시에 안겨주지만 이 소설의 묘미는 어쩌면 ‘가벼운’에 있다. 남도의 구수한 입말로 풀어낸 일화들은 저마다 서글프지만 피식피식 웃기고, “울분이 솟다 말고 ‘긍게 사람이제’ 한마디로 가슴이 따뜻”해진다.